연방제 통일방안 연구

6.15공동선언 2항의 의미와 구체적 발전방향 모색

남북이 최초로 합의한 통일방안

2000년 6.15공동선언은 우리민족에게 크나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최초로 남과 북의 최고지도자가 만나 정치회담을 하였다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남북의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자주통일의 대원칙을 천명한 것이야말로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에 대한 겨레의 오랜 열망에 부응했던 민족사의 위업이었다.

하지만 7.4남북공동성명에서부터 이어져온 통일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것을 넘어 6.15공동선언이 남북정상간 통일회담의 성격을 지니게 되는 지점은 바로 공동성명의 2항에서 명시한 통일방안의 합의에 있다. 공동성명 2항은 남북이 최초로 통일방안에 대해 합의하고 포괄적이지만 조국통일의 구체적인 길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마련하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남북은 그동안 7.4남북공동성명의 조국통일 3대원칙을 합의하고 여러 차례 확인해 왔다. 그러나 그 원칙을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통일방안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으며 남측 정부당국은 국가연합 방안을, 북측 정부당국은 연방제 방안을 주장하며 대립하고 충돌해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공동선언의 2항에서는 이 두 방안에 대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였다.

사실 이 두 방안에는 서로 용납하기 힘든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국가연합 방안은 사실상 2개의 국가를 유지하는 것이며 연방제는 하나의 국가를 기초에 두고 있다. 이렇게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이를 부각시키지 않고 오히려 공통성을 강조한 것은 커다란 차이를 접어두고도 이루어야 할 공통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두 방안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며 공동선언에서도 명시하고 있는 “나라의 통일을 위한” 것이다.

6.15공동선언 2항의 합의과정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으며 나도 이 것까지 논의하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으며 나도 이 것까지 논의하리라 기대하지 않았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처럼 남쪽 정부는 처음부터 통일방안을 합의하는 것은 생각지 않고 있었으나 김정일 위원장의 결심에 의해 시작된 통일방안 논의가 평양회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단순한 표현이지만 공동선언 2항이 나오기까지는 두 정상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청와대 공보수석이었던 박준영 수석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은 회담에서 통일방안 문제를 논의할 때 “젖먹던 힘을 내서 진실되게 설명했다.”고 한다. 박 전 수석은 “상당한 토론과 의견교환이 있은 후에 이런 표현이 나온 것이다. 회담시간이 3시간 50분이었지만 3시간 40분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특히 통일방안에 대해 두 정상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말하며 평양회담의 핵심의제가 통일방안에 대한 합의였음을 표현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당시를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자서전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것이 “남측이 주장하는 ‘연합제’처럼 군사권과 외교권은 남과 북의 두 정부가 각각 보유하고 점진적으로 통일 추진하자는 개념”이라고 설명하면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남북이 협력해 나가자”고 제안했으며 김대중 대통령 자신이 내놓은 절충안으로 “양자 간에는 공통점이 많으니 앞으로 함께 논의해 나가는 것으로 합의”한 것으로 되어있다.

평양회담의 특별수행원이었던 문정인 교수의 말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은 원래 북한에 갈 때는 ‘공동성명’ 수준을 생각하고, 한반도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게끔 남북정상이 노력하였다는 취지하에 이산가족 문제 등을 언급하는 것을 예상했다. 그런데 예상 밖에로 5개 항의 합의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남북 통일방안의 공통성

그렇다면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합의한 남북의 통일방안은 어떠한 공통성이 있는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공동선언에서는 ‘공통성’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앞서 김대중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밝힌 당시의 대화내용에 비추어 그 내용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첫째, 무엇보다도 공통성의 의미는 양측 통일방안에 민족의 염원인 조국통일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공동선언은 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차이가 있더라도 공통성을 우선시하고 통일을 지향해나가겠다는 결심과 입장을 밝힌 것이다.

둘째, 조국통일을 일시에 이루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실현하자는 의미의 공통성이라고 볼 수 있다.

남북의 두 통일방안은 모두 서로 다른 사상과 체제를 유지한 채 오랜 시간동안 분단된 양측이 하루아침에 통일을 할 수는 없다고 인정한다. 남북이 처음으로 통일방안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1990년 10월에도 이러한 공통성은 확인된 적이 있다. 방북특사로 김일성 주석을 만난 서동권 전 안기부장은 “북측의 고려연방제와 우리측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 내용을 분석해 보면 공통점이 있다”며 “두 방안은 공통적으로 한꺼번에 통일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중간단계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으며 이 말을 들은 김일성 주석이 옆에 있던 김정일 총비서에게 그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 김정일 총비서는 “그 내용은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남측이 연합제안을 주장하는 이유는 단숨에 하나의 체제로 합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렇게 되기까지는 여러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2개의 국가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북측의 연방제안 역시 오랜 기간 나뉘어 살면서 굳어진 양측의 사상과 제도를 두고 하나의 국가로 통일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지역정부를 두고 교류협력을 통해 동질성을 회복해나가자고 주장한다.

남측의 연합제안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모두 완성된 상태의 통일이 아니라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이거나 과도기적 통일의 상태를 거치자는 것으로 두 방안에 차이점은 존재하나 공통적으로 하나의 국가로 가는 지향점이 분명하고,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조국통일을 완성해 나가자는 부분에서 다를 바가 없다.

셋째,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남측의 연합제안과 동일하게 군사권과 외교권을 지금과 마찬가지로 남과 북의 정부가 따로 나누어 가진다는 의미의 공통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내용은 6.15공동선언 이후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대한 해설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낮은 단계의 련방제안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개 제도, 두개 정부'의 원칙에 기초하되 북과 남에 존재하는 두개 정부가 정치, 군사, 외교권을 비롯한 현재의 기능과 권한을 그대로 가지게 하고 그 위에 민족통일기구를 내오는 방법으로 북남관계를 민족공동의 리익에 맞게 통일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을 기본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연방제의 특징이 중앙정부가 군사권과 외교권을 소유한다는 데 있음을 비춰볼 때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일견 연합제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나라의 통일을 위해” 양측 통일방안의 차이점을 극복하는 방책으로 내놓은 아이디어이며 “하나의 국가”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연합의 과정에서 벗어나 이미 통일에 들어선 단계라는 차이가 있다. “낮은 단계”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완성형의 “높은 단계”가 존재하고, 점차적으로 통일국가에 걸맞은 하나의 군사권과 외교권을 목표로 하는 연방제안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북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김일성 주석이 1991년 신년사에서 밝힌 ‘느슨한 연방제’라고 밝힌 적이 있으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민족적 합의를 보다 쉽게 이루기 위하여 “잠정적으로 연방중앙정부의 지역자치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며 장차로는 중앙정부의 기능을 더욱 더 높여가는 방향에서 연방제 통일을 점차적으로 완성”한다고 되어있다.

남측의 연합제안이 군사권과 외교권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역시 3단계에서 최종적으로 통일된 1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통일이라 볼 수 없는 과도적 연합의 상태를 제외한다면 통일된 국가의 상태에서는 군사권과 외교권이 중앙정부의 고유권한으로 되어야 한다는 연방제의 주장에 대하여 상식적인 수준에서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서 남북의 두 지역정부가 군사권과 외교권을 어떻게 나누고 행사할지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동일하지는 않지만 연방제 국가인 미국의 사례를 통해 어느 정도 이해해 볼 수 있다. 미국은 중앙연방정부가 군사권과 외교권을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지 않으며 주정부(지방자치정부)도 그 권한을 일부 보유,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정부의 군대보유권과 협정체결권은 중앙연방정부의 통제범위 안에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연방국가의 안보와 전체이익에 관련된 권한은 엄격하게 중앙연방정부의 고유권한으로 되어있는데, 바로 이것이 2개의 나라가 아니라 하나의 나라를 유지하는 핵심요소가 된다.

반면 유럽연합은 1950년대 초 유럽석탄철강공동체 회원국들의 군대를 통합하고자 시도했으나 제안국이었던 프랑스 내에서도 반대여론이 커지며 보류되었고, 2017년에는 해외군사활동사령부를 신설했으나 무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유럽 역외에서의 훈련기구에 불과하며 연합에 속해있는 개별 국가의 군사권에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즉 연방국가에서 군사외교권을 보유하고 행사하는 범위와 수준은 그것이 ‘낮은 단계’라 할지라도 유럽연합과 같은 국가연합에서 군사외교권을 보유하고 행사하는 범위와 수준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이러한 공통성이 있음에도 남과 북은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통일방안에 대한 합의를 구체화시키고 있지 못했으며 남측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오히려 2000년 이전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남쪽에서 촛불대중이 만들어내고 있는 정치적 변화와 북쪽의 동포들이 만들고 있는 국제적 정세의 변화로 인해 남북은 다시금 화합과 단결의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며 우리민족은 조국의 통일에 대한 밝은 전망을 가지게 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통일에 대한 인식과 태도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 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할 것”이라며 남북간 구체적인 통일방안의 모색을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제안이 핵보유와 북미정상 회담 등을 거치며 생겨난 자신감의 발로라고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북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시절에서부터 꾸준히 통일에 대한 진지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요구해왔고 김정은 위원장의 시대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 일관된 통일정책에 그 배경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의 남북관계가 김정은 위원장의 작년 신년사 이후 북측의 적극적인 노력에 기인한 바가 크고 특히 올해에 통일방안에 대한 모색을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김정은 위원장이 통일에 대하여 어떠한 인식과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통일방안을 연구하고 남북간 통일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있어 중대한 의의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6년에도 평화적 통일을 목적으로 “전민족적합의에 기초한 련방제방식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여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것”이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이라고 공식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36년 만에 개최된 2016년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신분으로 ‘중앙위원회사업총화보고’를 진행했다. 이 보고를 통해 통일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인식과 방향을 매우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의 통일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선대와 동일하게 “자주적통일을 이룩하려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자주통일은 남과 북이 합의한 통일의 대원칙이며 김정은 위원장 역시 “우리 당은 앞으로도 온 민족의 요구와 리익에 맞게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자주통일을 앞당겨나가는데서 자기의 숭고한 사명과 책임을 다할것”이라고 통일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조선노동당 제7차대회’가 개최된 시기에 남측은 박근혜 정권이 집권하고 있었으며 온갖 반북대결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었기에 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남조선당국이 동족대결관념을 버리고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부터 바로가져야” 한다며 “변화를 바라거나 체제붕괴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진실로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위한 립장에 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남북통일을 대하는 데 있어 김정은 위원장이 추구하는 입장과 태도가 이러한 것이라고 추론해 볼 수 있으며 반북대결을 일삼았던 박근혜 정권이 촛불민심에 심판을 받은 이후 벌써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진 것만 보아도 김정은 위원장이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위해 어떠한 태도와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또 해당 보고에서는 통일방안과 관련된 내용도 적지 않은데 상대방의 체제를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우리는 인민대중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가 가장 우월하지만 그것을 남조선에 강요한적이 없으며 강요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지난 수십년동안 적대세력들은 우리 공화국의 《붕괴》를 요란하게 떠들어댔지만 우리의 사상과 제도는 날로 더욱 굳건해졌으며 붕괴와 파멸의 운명에 처한것은 남조선의 반동적이며 반인민적인 통치체제이고 반통일적인 대결정책입니다. 북과 남은 상대방에 존재하는 서로의 사상과 제도를 인정하고 용납하는 기초우에서 온 민족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련방국가를 창립하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 보고를 통해 당과 김정은 위원장에게 있어서 “고려민주련방공화국창립방안”은 여전히 변함없는 조국의 통일방안인 것을 확인할 수 있으나 “련방제통일을 주장하는 리유”가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호간 체제를 인정하고 “평화적통일”을 위해서라는 점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남북간 합의를 대하는 태도이다. 해당 보고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간 합의를 존종하고 역대정권과의 약속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세가 달라지고 정권이 바뀌였다고 하여 북남합의들이 백지화된다면 앞으로 북과 남이 그 어떤 합의를 하여도 소용이 없게 될 것”이라며 “민족과 세계앞에 서약한 력사적인 합의들을 존중하며 리행해나가야” 한다고 했던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똑같이 이야기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남북간 합의를 존중하는 것은 적대했던 쌍방이 상호신뢰를 회복하고 기나긴 분단의 세월을 극복하며 함께 통일을 길을 모색하는 데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으로, 이는 남북과 정권을 막론하고 견지해야 할 태도이다.

2019년 구체적인 통일방안을 모색하자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제안한 “전 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 모색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신년사를 통해 공개적으로 제안한 것은 남과 북이 실제로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단계에 진입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며 북미관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유리해진 현 시기에 남북관계도 동시에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이다.

올해 신년사 이전에도 이미 남과 북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현재의 남북관계발전을 통일로 이어갈 것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염원을 정책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 나가기로” 약속하였다. 남북 정상 간에 ‘정책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약속을 책임질 수 있는 국가의 방침을 세우고 구체적인 정부의 계획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가 통일방안 모색까지 제안하고 있는 데 반해 문재인 대통령의 2019년 신년사에는 통일의 “통”자도 나오지 않아 참으로 대조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평화적 공존’만을 강조하며 통일은 자신이 책임지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는 점에서 북측의 통일방안 모색에 대한 제안은 문재인 정부의 분명하지 못한 태도에 대하여 김정은 위원장이 분명하게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기본적인 기조는 선 평화 후 통일”이라며 통일은 “공동번영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반도는 외적인 힘에 의해 분단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며 이로 인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는 한 평화는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은 마치 가만히 두면 달라붙는 자석의 N극과 S극을 힘을 줘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과 같다. 불안정하게 떨어져 움직이는 자석의 상황을 평화로운 상태라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N극과 S극이 서로 붙어 동일한 성질을 갖는 하나의 자석이 되는 것이야말로 평화로운 상태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통일이 되기 전에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나뉜 채 공존하자는 논리는 오히려 평화를 해칠 뿐이다.

지금이야말로 온 겨레가 염원하는 조국의 통일문제를 한 발짝 더 전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좋으며 북측의 통일의지 역시 높은 이 시기에 남측이 호응해 나선다면 우리민족의 소원인 통일이 성큼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에서도, 올해 신년사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전민족적합의에 기초한 통일의 실현을 말하고 있지만 2016년과는 달리 올해 신년사의 문장에는 ‘연방제’가 빠져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열린 자세로 통일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북측이 염두에 두는 것은 연방제일 것이다. ‘연방제’라는 단어를 굳이 강조하지 않은 이유는 남북이 6.15공동선언의 2항을 합의했던 과정이 그랬던 것처럼 통일문제를 논의하는 데 있어 민족적 합의를 좀 더 쉽게 이루기 위해서이다. 나라의 통일을 위해서라면 차이를 극복하고 공통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상과 체제가 다르더라도 서로를 인정하자는 것. 바로 그것이 연방제의 핵심이자 연방제의 정신이다. 그렇게 결국 하나가 되는 것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연방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측도 이제 색안경을 벗고 열린 마음으로 북측과 마주앉아 구체적인 통일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남북의 두 정상이 합의한 6.15공동선언의 2항에서부터 시작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통일의 대통로를 만들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