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제 통일방안 연구

남북이 합의한 조국통일 3대원칙

원칙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져야 하고 변할 수 없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을 말한다. 조국을 통일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이러한 원칙이 필요하며 이미 오래전에 남과 북은 조국통일의 원칙을 합의하였다. 그 뿐 아니라 수차례의 고위급 회담과 정상회담에서 그 원칙을 재확인하며 우리민족이 통일의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강령임을 약속하였다.

통일의 3대원칙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로 1972년 7월 4일 남북공동성명(링크)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어 우리 민족에게 조국통일의 희망을 안겨주었다. 7.4남북공동성명의 발표는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이 함께 분단의 근본문제를 확인하고 조국통일의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으며 군부독재의 탄압 아래에서도 통일을 향한 민중의 열망은 막을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창구단일화 논리로 남북교류를 가로막고 1988년 7.7선언을 통해 두 개의 한국 정책을 펼쳤던 노태우 정권도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통일운동 속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였고 그 결과 1991년 12월 13일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기에 이른다. 합의서는 조국통일 3대원칙을 재차 확인하며 7.4남북공동성명이 박정희 정권의 ‘실수였다’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모든 민족구성원이 합의하는 원칙임을 다시 한 번 밝히게 된다.

남과 북의 정상이 최초로 만나 통일의 약속을 나눈 역사적인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도 남북은 조국통일 3대원칙을 또다시 확인한다. 정상회담을 합의하고 준비했던 2000년 4.8 남북합의문에서 “7.4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원칙을 재확인”했으며 6.15공동선언문 1항에서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힘으로써 조국통일 3대원칙 중에서도 “자주”의 원칙이 가장 근본원칙임을 천명하였다.

‘자주’의 원칙

어떠한 외세의 간섭도 없이 우리 민족 자신의 힘으로 나라의 통일을 실현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조국통일 3대원칙 중에서도 근본적인 원칙이다.

통일문제를 자주적 원칙에 의거해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땅에 주둔하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외국군대를 철거하여야 하며, 외국세력의 내정간섭을 배제하여야 한다. 때문에 남측 군사적 종속성의 상징인 주한미군, 전시작전 통제권, 한미상호방위조약 등을 그대로 두고서 통일문제를 말할 수 없다.

또한 외세의존정책을 철저히 배격하여야 한다. 외세의 침략과 간섭은 민족과 대화를 나누기보다 외세를 추종하는 사대예속적인 반민족반통일세력을 통해 실현되기에, 자주의 원칙에서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민족반통일세력과 그들의 외세의존정책을 강력히 반대하여야 한다.

‘평화통일’의 원칙

남과 북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적인 방법으로 조국의 통일을 실현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우리민족의 염원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어찌보면 너무나 상식적이지만 이미 전쟁의 비극을 겪은 남과 북 우리민족에게 앞으로 다가올 통일은 결코 무력에 의한 것은 아님을 확인시켜주는 원칙이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평화’라는 단어에만 매몰되는 것이다. 이는 자칫 평화적 상태를 유지한 채 영구분단으로 가자는 논리가 될 수 있다. 7.4남북공동성명에서 말하는 ‘평화적 방법’이란 조국의 통일을 위해 세워진 원칙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말하는 ‘평화’는 추상적인 이미지의 평화라기보다는 한반도에 펼쳐진 실질적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방법적인 측면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으며, 남북간 군비경쟁 해소와 외세의 전략무기 제거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통일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 간 군비경쟁을 중지하고 군대를 축소해야 한다. 군비경쟁은 무력충돌의 요인이며 군비경쟁이 도달할 종착점은 전쟁이다.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적으로 통일을 실현하려면 침략을 위한 전쟁수단 자체가 제거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군비경쟁을 종식시켜야 하고 전쟁무력을 대폭 축소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남북의 군축 외에도 평화적인 통일을 하려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주둔 외국세력의 군사무력과 전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통일의 원칙은 조국통일 3대원칙의 근본원칙인 자주의 원칙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평화적 원칙으로 통일을 이루려면 또한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그것만이 통일문제를 그 자체의 성격과 온 겨레의 이익에 맞게 가장 성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 정당한 방법이다.

‘민족대단결’의 원칙

전체 우리 민족의 총의에 따라 전 민족의 이익에 맞게 나라의 통일을 이룩해 나가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통일이 사상과 이념,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민족적대단결을 도모하는 데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오랜 세월동안 나뉘어 살면서 생긴 차이는 실제로 통일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족대단결의 원칙은 그러한 걸림돌을 넘어서자는 것으로, 전 민족의 이익을 위한 조국통일의 거족적 성격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중요한 원칙이다. 통일문제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 따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과 북이 서로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조국통일은 누가 누구를 먹고 먹히는 문제가 아니라 외세에 의해 갈라진 영토와 민족을 다시 합치는 문제이다. 그러기에 조국을 통일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사상과 제도가 아니라 원래 하나였던 민족을 그 본연의 형태로 다시 합치는 것이다.

만약 남북이 서로 사상이나 제도를 전면에 내세우게 되면 어느 일방도 자기의 사상이나 제도를 스스로 양보하려고 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결국 힘으로 강요하게 되고 불가피하게 무력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므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초월하여 민족대단결의 원칙에 서야 한다.

민족대단결의 원칙으로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또한 각종 반통일적인 법제도를 제거해야 한다. 통일은 민족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민족의 총의를 한 데 모으는 거대한 과정이다. 각계각층의 폭넓은 대중들이 조국통일을 위한 애국적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