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제 통일방안 연구

통일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통일은 이 땅 수많은 사람들이 염원하는 바다. 통일이란 무엇인가. 원래 하나였던 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됐기 때문에, 그 분단된 두 나라를 다시 하나로 합치는 것이 통일이다. 달리 표현하면 '분단 극복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분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폐해를 극복하는 과정이 통일의 과정이다.

분단의 폐해

1. 전쟁위험

1945년 분단은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이어져, 500만명이 넘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쟁 ‘중단’ 이후에도 남북한 간 군사적 충돌은 멈추지 않았다. 휴전선에서, 서해 바다에서 벌어진 군사적 갈등과 충돌은 한반도 구성원들에게 심대한 전쟁공포를 안겼다. 정전 이후에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해상의 경계선으로 인해 서해교전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과 같은 수차례의 군사적 충돌이 있었으며 그때마다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이어졌다. 휴전선 인근에서도 크고작은 충돌이 계속되었으며 1976년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이나 2015년 지뢰폭발 사건의 경우에는 그 갈등이 심화되어 전쟁 직전의 상황까지 치닫기도 했다.

어찌보면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라도 이 땅에서는 쉽사리 군사적 충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 예가 바로 반북단체들의 대북전단살포인데, 이를 심리전의 일환으로 여기는 북은 살포지점의 원점타격에 나서겠다고 하며 남북간 군사적 갈등이 수차례 고조되기도 했다.

또한 정전협정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키 리졸브, 을지프리덤가디언 등 매년 수차례의 대규모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벌이며 이 땅에서의 전쟁을 연습하고 있다. 그 때마다 핵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를 비롯해 위험천만한 미국의 핵전력이 한반도에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2. 자주권 침해

분단체제 하에서 한국은 미국에 의해 지속적으로 자주권을 침해당해왔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유엔의 모자를 쓰고 들어와 한국군을 지휘해 왔으며, 지금까지도 전시작전통제권은 여전히 주한미군이 가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미국은 노골적으로 한국의 내정에 개입해 왔다. 해방과 동시에 미군정으로 한반도 이남을 통치한 이후 지속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4.19혁명의 과정에서 주한미대사의 방문 후 이승만이 하야를 결정하는 장면은 매우 상징적이다. 평상시 작전지휘권마저 주한미군이 가지고 있던 시절에 5.16 쿠데타와 12.12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돌이켜 보면 군홧발로 국민들을 억압했던 수십년간의 군부독재 정권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나는 꼼수다’에서 방송되며 많이 알려진 “뼛속까지 친미친일” 발언은 이명박의 대통령 당선 때까지도 주한미대사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마저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2급 기밀일 뿐인데 공개되지 않은 1급기밀들은 과연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을까?

스스로 촛불정부라고 일컫는 지금의 문재인 정권 역시 미국과의 관계에서 자주적이지 못한 것은 여전하다. 지역주민들의 거센 저항과 중국정부의 경제보복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과정에서 주권국가로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임대료 한 푼 내지 않고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으로 인해 각종 범죄와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군범죄의 경우 하루 평균 5.5건, 연평균 2천건, 총 10만건 이상이 발생하고 있으나 한국정부가 미군범죄를 기소하는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살인사건과 같이 심대한 사안에 대해서도 한국정부가 처벌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다.

한미동맹이라는 허울 아래 일방적으로 한국이 경제적 부담을 강요당하는 방위비 분담금과 각종 미국 무기 구입을 위한 투여되는 예산 역시 정치적, 군사적으로 침해당하고 있는 주권문제를 보여준다.

경제적으로도 대한민국은 미국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에 의해 이식된 대외 의존적인 무역체계, 각종 농산물 개방, FTA 체결 등으로 자립적인 경제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3. 정치사회경제적 폐해

한국 정부는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가를 탄압하려 만든 '치안유지법'을 '국가보안법'으로 이름만 바꿔 사상탄압 및 인권침해도구로 사용해 왔다. 또한 반북, 반공 이데올로기를 유포하고 평화통일을 주장하는 사람은 물론, 조금이라도 자신들을 반대한다 싶은 사람들을 탄압했다.

그 과정에서 조봉암이나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과 같이 평화통일을 주장했다가 빨갱이로 몰려 처형당한 사람들도 있었다. 1980년 5월 민주화를 위해 싸운 광주 시민들도 빨갱이로 몰려 학살당했다.

이른바 빨갱이 프레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북에 조금이라도 우호적인 발언을 하면 '종북'으로 몰리고, 그로 인해 사회 구성원 간 성숙한 토론이나 사회통합도 어려운 상황이다.

자유한국당과 '조중동', 국가정보원 등으로 대표되는 냉전세력은 분단 상황에서 반북, 반공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정당화해 왔고 동시에 그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부정부패와 각종 범죄행위를 가리고자 했다.

분단으로 인해 민족경제 건설도 어려워졌다. 한반도 남쪽에선 빈약한 지하자원과 상대적으로 풍부한 식량자원이, 반대로 북쪽에선 풍부한 지하자원과 빈약한 식량자원이 생산돼 왔다. 남북 상호간에 풍부한 자원과 부족한 자원을 보완시키며 자립경제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분단으로 경제구조가 왜곡된 것이다.

대기업 위주의 기형적 경제구조도 분단체제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해방 이후 미군정의 '적산불하'에서 기인한 재벌 중심 경제체제는 정경유착, 사회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통일의 의미

통일문제가 분단에 기인했기에, 이러한 분단의 폐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통일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통일이란 결국 수많은 분단의 폐해를 극복하고 타의에 의해 나누어진 남과 북을 다시 합치는 문제이며 그 과정에서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주권을 확립하고 민족적 화합을 실현하는 것이다.

1.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한반도는 지구상에서 가장 무력이 밀집된 곳으로 첨예한 군사대결과 긴장된 정세 하에서 언제 어느 때 전쟁이 터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너무나 오래된 대결이 일상화되어 전쟁공포에 대해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무감각해져버릴 정도가 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매일 밤낮을 항상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야 하니 얼마나 비정상적인 상황인가? 한반도의 통일은 70년에 걸친 일상적 전쟁위험을 제거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때문에 통일의 과정에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어떻게 구축해야 할 것인지는 반드시 검토되어야 하는 논의사항이 될 것이다.

2. 완전한 자주권 확립

국가가 다른 국가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자주권이며 자주권이 없이는 참다운 정치적 독립과 번영을 이룰 수 없다. 한반도의 통일은 하나의 국가가 되어 완전히 자주적인 국가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분단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반도는 분단이 되기 전에도 오랫동안 일본 제국주의의 강점 상태였다. 민족의 분단 역시 외세의 간섭을 끝내지 못한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이며 통일이란 바로 지난 한 세기 동안 계속되고 있는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내고 민족의 자주권을 확립하는 정치적 문제이다. 분단체제 하에서 기형적으로 만들어진 각종 외세의존적 정치사회구조를 바로잡고 온전한 자주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통일 과정에서 올바른 경제구조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통일은 형태상으로도 하나의 주권을 가진 하나의 국가가 되는 것이지만 역사적, 정치적으로도 완전하게 자주권을 확립한 올바른 국가가 되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

3. 민족적 화합

그리고 통일이란 70년에 걸친 불신과 대결 상태를 해소하고 민족적으로 단합하는 것이며 그렇게 될 때 비로소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은 어디 하나 우리의 통일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른 누군가가 우리의 통일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없으며 오히려 방해를 하지 않는다면 다행이다. 주변국의 간섭과 방해를 극복하고 오랜 분단을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들 스스로의 문제이다. 하지만 남과 북은 갈라져 사는 동안 너무 많은 오해를 하며 끝없는 대립과 경쟁을 통해 분열되어 왔다. 통일이란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지배하거나 예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쳐 하나가 되는 문제로 오해와 불신을 풀고 단결을 이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남북의 정부 뿐 아니라 사회단체와 종교단체를 비롯해 모든 민족이 힘을 합쳐야 한다.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통일논의를 시작하자

우리 사회에서는 통일을 논의함에 있어 모든 부분의 통합이 통일이라고 이야기하거나 그렇게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논의가 실질적인 통일에 방해가 되거나 통일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불필요한 대결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배제되어야 할 것은 한쪽이 다른 한 쪽을 일방적으로 통합하자는 의견이다. 이는 전쟁을 통해 무력으로 통일을 하자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우세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흡수통일을 하자는 형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전쟁을 겪은 우리민족이 이루어야 하는 통일은 결코 전쟁에 의해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한 체제로의 흡수통일 또한 오랜 세월 동안 다른 사회경제적 체제를 유지한 남북 간에 필연적으로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으며, 설령 흡수통일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남북 구성원 간 화합은 불가능해지게 된다.

통일은 남과 북 서로가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화합하고 단결하며 미래의 우리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져 슬기롭게 만들어가야 한다. 한 번에 모든 부분을 통합하려 할 것이 아니라 통일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부분부터 시작해 가는 것이 통일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