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의 파국을 기원하는 세력 누구인가

동창리 복구 정보 유포와 관련된 진실을 추적하며


가뜩이나 걱정되는데 ‘재뿌리기’같은 동창리 소식

2월말 합의문 없이 종료된 하노이 북미회담에 많은 이들이 당황해하고 근심하며 이후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였다. 회담 성과가 없기는 하였으나 북미 간 대화의 단절이나 관계악화로까지 치닫지 않은 상황에서 3월 5일, 매우 걱정스러운 정보가 흘러나왔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으로 알려져 있는 동창리에서 발사대 복구 작업으로 여겨지는 장면이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정보의 진원지는 한국 국가정보원과 미국의 민간연구기관들이었다. 이 정보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파장을 일으키며 6일과 7일 계속 확대되기 시작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3월 11일 한국 합참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시험발사 재개 우려를 전하는 외신 보도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검토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부도 12일 “북 동창리 발사장의 동향을 우려하며 북측은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발표한다. 한국의 군부와 외교부에서 ‘미사일 발사 준비’를 기정사실화하며 북측에 경고를 하기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애초에 이 정보가 나왔을 때 의혹을 제기한 언론도 있었다.[1]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이 사태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불발 이후 북미 대화에 대한 부정적 전망으로 몰고 가게 된다. 적어도 4월 이후 미 국무장관의 입에서 신속한 3차 정상회담 언급이 나오게 되기까지 이 사태는 대중에게 상당한 영향을 발휘하였다. 그래서 소위 ‘동창리 발사장 복구’정보를 둘러싼 이 사태를 정확히 밝혀내는 일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 정보가 흘러나온 최초 근원지는 어디인지 추적하고 이 정보와 직접 연관된 한국과 미국 정부의 입장과 태도가 어떠했는지 되짚어 보았다. 그것을 통해 이 사태의 진원지는 어디이며 어떤 의도가 개입되어 있는지 추정해 볼 수 있었다. 지나간 일을 굳이 되짚어 보는 이유는 한반도 평화에 직결되는 현 시기 북미 대화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세력이 어디에 있으며 그들의 행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 정확히 해 두어 재발을 막고자 함에 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 임박’ 정보 시작은 어디

대부분의 한국 언론사 기사에 따르면 국정원과 美 민간연구기관인 웹사이트 38노스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동시에 이 정보를 취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3월 5일(미국 현지 시간) 38노스가 단독으로 공개했다는 기사에는 남한의 국가정보원이 제공한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2]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비욘드 패럴렐도 위성사진을 언급하며 미사일 실험을 위한 발사 준비가 의심된다며 말한 시점은 38노스와 거의 같다.[3]

3월 5일 국회 정보위와의 간담회에서 서훈 국정원장은 ‘평안북도 철산군에 있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지붕과 문짝을 달아 수리 하는 등 철거시설 가운데 일부를 복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정확히 말하면 ‘비공개 간담회’인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 가운데 국정원이 공개가능하다고 허락한 부분을 참석했던 정보위원(국회의원)들이 언론사에 밝힌 것이다. 이 뉴스는 정보위 간담회가 끝난 뒤인 3월 5일 늦은 오후(한국 시각)에야 한국 언론에 나오기 시작한다. 미국(뉴욕·워싱턴 기준)은 약 13시간 늦으니 38노스 보도가 나온 미국 현지 시각 3월 5일이면 우리 시각으로는 3월 6일이 된다. 그리고 38노스는 이 정보를 위성사진과 함께 내어놓으며 분명히 이 정보의 출처를 ‘한국 국가정보원’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그 기사를 가져다 쓴 한국 언론이 이 사실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대다수 독자들은 이 정보가 마치 38노스를 비롯한 미국발 정보로 인식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보인다. 국정원은 “발사를 위한 실험인지 불확실하다”고 신중한 듯 말을 전했으나 국정원발 정보를 접한 미국 민간연구기관들이 이것을 기반으로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미사일 발사를 하려한다’는 주장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려지지 않은 한가지 특이한 사실이 있었다. 그 동안 38노스에서 북한 정보를 가장 많이 내보내 온 조엘 위트 연구원이 이 건을 발표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3월 5일(미국시각) 보도는 제니 타운 연구원에 의한 것이었는데, 조엘 위트는 6일(미국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이 서해 발사장에서 ICBM을 실험한 적이 없다는 사실과 별개로 사진을 보면 ICBM 실험을 위한 광범위한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직 증거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자 국정원은 우리 시각으로 3월 6일 ‘평양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물자운송용 차량 활동이 포착됐다’는 국회정보위 보고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고 한국 언론들은 북한의 ICBM발사를 준비를 더욱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하기 시작한다.

신중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이 정보를 접한 미 국무부는 즉각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여전히 확신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켜보려고 한다. 확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관계는 좋다”고 언급하며 “(미사일 발사장 복구)가 일어났다면 매우 실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3월 8일, 거듭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켜봅시다. 약 1년쯤 있다가 여러분께 알려 드리겠습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강경파로 알려진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3월 10일 'abc' 방송 '디스 위크'에 나와, 최근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과 관련해,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 그는 “미국 정부가 북한의 관련 동향을 관찰하기 위해 많은 재원과 노력을 확대한 만큼 상업 위성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국가정보원과 미국민간연구소들의 주장이 상업위성으로 촬영된 영상에 의존한 것임을 지적하며 군사위성을 다수 확보하고 북한 동향을 주시하는 미국 정부가 오히려 더 신중하다는 것이다.

한미 간 시각차, 미국의 움직임

그런데 3월 11일, 한국 합참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시험발사 재개 우려를 전하는 외신 보도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검토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하고, 외교부는 12일 “북 동창리 발사장의 동향을 우려하며 북측은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한다. 한국 정부 각 부처들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신중론과는 상반된 행보를 보인 것이다.

‘동창리 복구’ 정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피력한 존 볼튼 보좌관은 3월 11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하여 북한 미사일 발사장 동향과 2차 북미회담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이어 미국은 3월 21일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코리아미션센터장을 청와대로 보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직접 면담하게 했다. 앤드루 김은 “핵 협상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한미간의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며 “한미간에 대북 시각차가 크다”고 말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인 3월 20일, 미국의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국장도 방한하여 문재인대통령을 만나고 갔다. 이 때 그는 한국정부와 ‘북한의 동향 및 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변화를 보이는 한국 정부, 그러나...

이 시점을 전후하여 한 때 ‘동창리 발사장 복구’를 ‘미사일 발사’ 준비로 기정사실화 하는데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보이던 한국 정부가 변화된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8일 국회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동향에 대해 미사일 관련 활동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밝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역시 같은 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복구 움직임이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 차원에서 발사대를 폭파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 정부가 이 정보와 관련하여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온 미국 정부에 보조를 맞추기 시작한 듯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그 전인 3월 13일, 38노스는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8~13일 추가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애초 5일 자신들의 발표에서 한 발 물러선다. 19일 CSIS도 3월 17일자 위성사진을 토대로 "지난 보고서 이후 수직 엔진 시험대나 미사일 발사대에서 의미있는 활동은 없다"며 "발사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서를 게재했다.[4]

‘동창리 발사장 복구’ 정보를 ‘미사일 발사 준비’로 몰고 간 당사자들은 3월 중순을 넘어서며 태도를 전환하기 시작했다.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미국 트럼프 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결국 모두 미국 정부 입장에 따르게 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흐름 속에서도 단 한 곳, 이 정보의 최초 근원지 한국 국가정보원은 다시 파장을 일으킬 만한 정보를 또다시 내보낸다. 국정원은 3월 29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2월에 시작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가 완료되었고, 현재 보수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잊혀져가던 동창리 발사장을 상기시킨다. 복구 이유와 목적 등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이 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리고 이날 또 다른 정보를 흘린다. “영변 5MW 원자로가 지난해 말부터 가동이 중단됐고, 우라늄 농축시설은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도 얼마든지 ICBM 장거리 미사일에 장착해 발사할 수 있다”는 정보와 의견을 함께 제시했다.

지켜보고 있다

지금 북한과 미국은 70년 군사대결의 역사의 종지부를 찍으려 하고 있다. 한반도에 지난했던 냉전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시점에 와 있다. 그러나 이를 반기는 대다수 국민의 바람과 달리 북미 간 대화에 훼방의 움직임도 심심찮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입에 올릴 때 대화를 이야기하던 미국 민주당은 북미 대화가 진행되자 오히려 방해자로 돌변했고 남한에도 북미회담의 파국을 기원하는 듯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해 11월, 뉴욕타임스의 동창리 발사장 보도가 한 때 답보상태에 있던 북미 대화 분위기를 더욱 어렵게 만든 적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며 뉴욕타임스를 비난했고, 한국 정부는 올해 미국 정부와 같이 신중한 입장을 취했었다. 그런데 그와 유사한 사태가 올해 하노이 북미 정상 회담 직후 3월에 발생했는데 다른 점은 그 진원지가 국가정보원이라는 것이다. 만약 북미회담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그 목적이라면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한반도에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 마음일 것이다.

참고자료

1) 프레시안 임경구 기자, 美CSIS, 이번엔 '동창리'로 북미협상 '재뿌리기', '북한 악마화' 언론플레이 의심 (2019.03.06.)

2) “남한의 국가정보원(NSI/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공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한 동창리에 있는 미사일 발사장에 복원 움직임이 보인다고 잭 리우(Jack Liu)와 제니 타운(Jenny Town)이 분석하였다” Reports of a recent briefing by South Korea’s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NIS) to the National Assembly’s intelligence committee noted that North Korea has started restoring structures on the rocket launch pad at its Sohae Satellite Launching Station (Tongchang-ri).

3)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는 위성 발사용" [중앙일보] 입력 2019.03.08 11:27 수정 2019.03.08 13:50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와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은 7일(현지시간) “지난 6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대형 로켓엔진 시험 시설과 발사대를 재건해 정상 운영 상태로 되돌려 놨다”고 말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405186

4) "북한 동창리에 의미있는 활동 없다"…38노스 이어 CSIS도 발표 데일리한국 박진우 기자 tongtong@hankooki.com 승인시간승인 2019.03.20 11:57 http://daily.hankooki.com/lpage/world/201903/dh20190320115722138420.htm